"은행원인 남친이 제 통장내역을 확인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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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저널
  • 승인 2018.10.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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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종사자 무단조회 제3자에 전달 안하거나 증거 없으면 처벌 못해…시중은행 "내부 감사 강화"
은행원 등 금융업계 종사자가 지인의 금융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경제저널 자료사진
은행원 등 금융업계 종사자가 지인의 금융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경제저널 자료사진

#1. 3개월 후 결혼을 앞두고 있는 C씨는 걱정이 많다. 예비 신랑인 D씨가 평소 취미생활에 욕심이 많아 적은 돈을 심심찮게 빌려써왔기 때문이다. 마침 D씨의 주거래 은행에 근무하던 C씨의 아버지는 D씨의 대출 이력을 조회해주겠다고 나섰다. C씨는 ‘결혼 전 범죄 이력도 조회한다던데…대출 여부 조회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대출 이력 조회를 부탁했다.

#2. “어제 밤에 술 마셨네?” A씨는 남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하고 친구들과 유흥을 즐겼다. 그런데 다음 날 은행원인 A씨의 남자친구 B씨는 A씨가 어젯밤 술을 마신 장소와 시간까지 정확하게 명시하며 이별을 통보했다. A씨는 사생활이 노출됐다는 불쾌감을 참지 못해 은행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B씨가 A씨의 금융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했다는 증거가 없어 별다른 처벌을 내릴 수 없었다.

은행원 등 금융업계 종사자가 지인의 금융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들을 처벌할만한 근거가 부족해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시중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은행원 백 모(27) 씨에 따르면 고객의 계좌 번호 등 간단한 정보만 있으면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은행원이 잔액, 사용처 등 금융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백 씨에 따르면 은행 첫 거래 시 모든 고객이 ‘금융거래정보제공동의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추후에 고객의 요청이 없더라도 은행원이 고객의 개인 정보를 알고 있으면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백 씨는 “고객이 은행 거래를 할 때마다 동의서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에 최초 1회 동의를 받는 것이다”면서 “원칙적으로 은행원이 고객의 개인 금융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암암리에 지인의 정보를 조회해보거나 부탁을 받아 조회를 해주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은 ‘언제 내 사생활이 노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 채 금융회사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은행원이 고객의 개인 정보를 얼마나 자세하게 조회할 수 있냐’는 등의 우려가 섞인 질문과 ‘은행원 지인이 내 거래 내역을 무단 조회해 타인에게 발설했다’는 등의 피해사례도 심심찮다.

은행원의 고객 금융정보 무단조회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적도 있다.

지난해 은행원 E(30) 씨는 여자 친구의 옛 애인이 여자 친구를 귀찮게 굴자 옛 애인의 금융정보 150건을 몰래 조회해 여자 친구에게 정보를 넘겼다.

이에 E 씨는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의 혐의로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 종사자가 무단 조회한 내용을 제3자에게 건넬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하지만 현행 법 상 조회하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불가하고, 설령 타인에게 무단 조회한 내용을 누설했다고 하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

실제 지난 2011년 시중은행의 한 은행원이 이혼 준비 중인 매형의 재산 정보를 조회해 누나에게 전달했지만 대법원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물론 금융회사에서도 내규를 통해 직원들의 무단 조회를 모니터링 하고, 금융감독원에서도 이를 감독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들은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무단조회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다.

시중은행들은 고객 정보를 조회할 때 열람 목적을 입력하도록 돼 있다. 열람 자체는 가능하지만 본인의 동의 여부를 상세히 소명하지 않으면 추후 내부 감사 절차를 밟게 된다.

특히 A 시중은행의 경우에는 은행원이 본인 가족의 금융 정보를 열람하면 감사절차에 따라 고객의 정보 열람 동의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

만약 은행원이 무단으로 고객의 정보를 조회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은행별 징계절차에 따라 처벌 받는다.

한편,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지난 달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금융거래실명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금융회사 종사자가 타인의 금융 정보를 조회하더라도 타인에게 누설하지 않는 한 처벌 근거가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전 의원은 “명의인의 서면 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않고서는 금융거래 내용을 조회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아름 기자  aruumi@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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