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 집요한 갑질, 기업·소비자 심각한 2차피해
블랙컨슈머 집요한 갑질, 기업·소비자 심각한 2차피해
  • 경제저널
  • 승인 2018.11.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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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 분유' '애벌레 케이크' 등 무차별 이슈화…정치권 규제법 발의
지난 10월 남양유업 임페리얼XO 분유통에서 코딱지가 발견됐다는 논란이 일었으나, 연구소 정밀검사 결과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이 불가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지난 10월 남양유업 임페리얼XO 분유통에서 코딱지가 발견됐다는 논란이 일었으나, 연구소 정밀검사 결과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이 불가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분유에서 코딱지가 나왔어요.” “케이크에서 애벌레 3마리가 나왔습니다.”

최근 많은 식품회사들이 ‘블랙컨슈머’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전에는 제품 혹은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손님이 이른바 깽판을 쳐서 보상을 요구하는 것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근거 없는 소문에 무차별적 언론 보도까지 더해지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블랙컨슈머란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악성민원을 고의적,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이들 ‘검은 불청객’들은 다른 소비자의 소비 심리를 조장하고 제품 선택을 제한하기 까지해 업계의 오랜 골칫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 SNS 등의 발달로 안 좋은 이슈가 발생하면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고, 이를 접한 다른 소비자들의 불안 등 2차 피해가 심각해 기업 대부분이 소비자 민원을 민감하게 받아드리고 있다”면서 “이를 악용해 황당한 제보를 하거나 SNS 등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맘 카페를 중심으로 남양유업 분유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 사이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해당 논란은 소비자 A씨가 지난 10월 남양유업 임페리얼XO 분유통에서 코딱지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돼 이를 회사에 신고했지만 분유 두 통을 주고 말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사건은 순식간에 퍼졌고, 업계 전체의 불신으로 확산되는 양상까지 보였다.

남양유업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자사 분유제품 내 이물질 혼합 의혹과 관련해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완전 무인 자동화 시스템에서 이물질이 유입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는 “해당 이물질 조사결과 2.4mm 길이의 코털과 코딱지로 추정된다”며 “전 공정 자동화 분유생산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해당 이물질이 혼입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주장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을 통한 모든 검사를 진행해 해당 이물질이 제조 공정상 절대 혼입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이라며 “모든 소비자와 언론 등 외부기관에 생사설비를 개방하고, 이물질이 제조공정상 혼입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그에 따른 법적, 도의적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은 결국 이달 9일 분유이물질에 대해 세스코 식품안전연구소와 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분유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이 불가하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지난 8월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애벌레 케이크’ 사건도 있다. 프랜차이즈 케이크 전문점 빌리엔젤 역시 검증되지 않은 소비자의 일방적 오해로 인해 영업에 큰 지장을 받았다.

당시 소비자 B씨는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내에 빌리엔젤 매장에서 구입한 케이크를 먹는 과정에서 애벌레 3마리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비자는 곧장 백화점으로 찾아가 케이크 상태에 대해 항의했고, 일부 언론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업체를 향한 질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물질은 애벌레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밀가루와 설탕 같은 케이크 재료 일부가 뭉친 것을 벌레로 착각한 단순 해프닝이었다.

빌리엔젤은 소비자에게 시료를 넘겨받아 제 3의 기관인 세스코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세스코는 "시료의 표면에서 곤충의 특징인 체절 및 강모 등은 관찰되지 않는다"며 "몰리시 반응 시험 결과 '당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물질로 확인된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빌리엔젤은 만에 하나 남을지 모를 의문까지 풀기 위해 식약처에 추가 조사를 의뢰했다. 결국 이 역시 애벌레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서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일단락 됐다.
 
하지만 한 중소기업에게는 결코 해프닝이 아니었다. 논란 직후 백화점 측이 관련 케이크 판매를 중단시키며 매출 타격이 상당했다. 해당 케이크가 주력 상품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소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홍역을 치른 업체는 비단 두 기업뿐 아니다. 앞서 지난 5월 BGF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CU도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

강원도 동해시에 사는 C씨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7시30분께 인천시 서구의 CU에서 산 2000원짜리 불고기 김밥에서 이물질 2개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밥을 먹던 C씨는 이물질이 사람의 어금니라고 생각하고 해당 편의점에 사실을 알렸고 이후 CU 본사가 해당 김밥을 회수했다.

해당 김밥은 BGF리테일 자체 공장 제조품이 아닌 외부 업체에서 납품받은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판매처인 BGF리테일 측은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자체조사 결과 공정상 해당 이물질이 혼합되기 매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우려감을 완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해당 제조센터에서 생산하는 김밥 전 품목을 타 제조센터로 이관했다.

결과는 일관성을 띄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현장 조사를 받은 결과 제조 과정상 혼입 개연성이 지극히 낮다는 입장을 확인 받았다.

사실 이들 업체처럼 억울한 경우는 일상에서 매우 빈번하게 일고 있다. 2016년 식약처에 보고된 이물 혼합신고건수는 5332건으로 이 가운데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건수를 제외한 3672건 중 소비·유통단계에서 혼입된 경우는 28%였다. 14.6%는 소비자 오인 신고였으며 제조단계 혼입으로 판명된 경우는 10% 남짓에 불과했다. 나머지 44.5%는 혼합 경위를 알 수 없는 ‘판정 불가’ 사례였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의 경우 다양한 대체 상품으로 인해 한 번 돌아선 소비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뿐더러, 기업의 이미지 실추 또한 심각해 블랙컨슈머를 대응할 때 최대한 고객의 편에서 기분이 상하지 않게 대응하는 것을 우선 원칙으로 하고 있다. 법적인 대처 가이드가 부재해 각 기업마다 보상 기준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식료품에 있어 변질·이물질 등의 문제는 제조·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구입 후 발생한 문제인지 구별하기가 어렵고, 상대적으로 다른 상품과 비교해 소비자가 직접 먹는 제품이기 때문에 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며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생사를 가를 정도"라고 부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회에서는 일명 ‘블랙컨슈머 갑질규제법’이 발의돼 법안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법률안은 파워블로거를 사칭한 블랙컨슈머의 갑질 규제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을 보면 현행법상 불법정보의 유통금지에 관한 사항에 ‘사업장의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허위의 글을 게시 또는 전송하는 행위’를 포함시켜 해당 행위에 대한 규제 근거를 명시했다.

박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영향력을 무기로 악의적 갑질을 한 블랙컨슈머는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어왔다”며 “이들로 인해 선량한 업체들이 경제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다. 본 개정안이 신속하게 본회의를 통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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